로마가 사랑한 와인, 그 시작은 카르타고였다[명욱의 호모마시자쿠스]

입력 2021-12-02 17:49   수정 2021-12-05 09:47

흔히 와인의 역사를 얘기할 때 그리스와 로마 문화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이 서양 역사와 문화의 절대적인 기틀이 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리스와 로마에 와인 문화를 전파한 나라는 어디일까. 영어 알파벳의 기원을 만들었다는 페니키아인이다. 초기 페니키아인은 현 레바논 주베일에 있는 비블로스에서 활동했다. 당시 이 지역에서 만든 와인이 그리스에서 워낙 유명해 비블로스 그 자체가 고급 와인의 대명사가 될 정도였다.

초기 그리스 와인은 포도주 원액으로 마시지 않고 주로 물을 타서 마셨다. 그리스 상류층이 그리스 북쪽에 거주한 슬라브 계열 스키타이족의 독한 술을 마시는 움주 문화를 혐오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다. 현대 그리스어로 와인을 크라시라고 하는데 이는 ‘혼합’이라는 의미다. 이후 기원전 168년 로마가 그리스를 점령함에 따라 와인은 자연스럽게 로마로 이어진다. 당시 와인은 포도과즙이 농축돼 맛이 상당히 달았다. 와인의 단맛을 줄이기 위해 물을 넣었다.

로마의 와인 문화에 불을 붙인 주인공은 페니키아인들이 세운 도시국가 카르타고였다. 페니키아인은 카르타고에서 포도 재배를 발전시켰다. 기원전 500년경 카르타고의 마고란 인물이 포도 재배와 와인 주조에 관한 내용을 28권의 책에 기록해 남겼다. 카르타고가 로마에 의해 멸망한 3차 포에니전쟁 이후 이 책을 로마의 정치가인 마르크스 포르키스 카트 켄소리우스가 그리스어와 로마어로 번역했다. 이로써 해당 기술은 이베리아반도 등 세계로 퍼져나갔다. 카르타고의 포도 재배 농법이 로마를 통해 유럽 전역으로 확산된 것이다.

카르타고의 마고가 남긴 내용은 지금도 유효하다. 일조량이 좋은 경사지에 포도밭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 포도의 종류와 특성을 파악해 다양한 포도를 넣어 와인을 빚으라는 내용 등이다. 꺾꽂이를 통한 포도나무 번식 방법, 송진을 넣어 특유의 향을 통해 보존성을 늘리는 방법, 암포라라는 표준적인 와인 용기가 중요하다는 사실 등도 있었다. 보존성을 높이고 와인 용기를 표준화함에 따라 와인은 수출산업으로 발전하게 된다.

로마제국의 영토가 서유럽으로 확대되자 로마의 포도 재배도 늘었다. 현재 세계 와인 생산지역으로 유명한 스페인의 리호아, 독일의 모젤, 프랑스의 보르도와 부르고뉴, 론 지방에서도 포도 재배가 시작됐다. 3세기경 로마에서는 오크통에 와인을 담는 기술이 개발됐다. 도자기로 만든 항아리는 너무 무거웠고 잘 깨졌기 때문이다.

결국 그리스와 로마의 와인 문화는 그들의 것만은 아니었다는 것. 문화는 소유가 아닌 공유하는 것이라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명욱 세종사이버대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겸임교수
주류 인문학 및 트랜드 연구가. 숙명여대 미식문화최고위 과정,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겸임교수.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과 ‘말술남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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